[칼럼] 용인시, ‘개발이냐 보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등록 2019.11.12 16: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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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럴미디어=염세훈 칼럼니스트] 용인시는 인구 100만 명 달성 이후로 원삼 IC 설치, GTX 노선과 수서~광주 복선 전철의 호재 등 최근 들어 겹경사를 맞았다. 이와 동시에 SK하이닉스, 네이버,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기업들이 용인시에 입주하기 위해 큰 노력을 들이는 등 기업들이 가장 입주하고 싶은 도시로 선정되었고, 앞으로 용인시의 발전은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겹경사 이면에 기업과 주민 사이에서 용인시의 소통과 대처 태도는 많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

 

얼마 전, 용인시는 아모레 퍼시픽과 네이버에 러브콜을 보내며 유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용인시 지원에 힘입은 대기업의 입주로 인해 용인시의 발전이 기대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두 기업 모두 순탄치 않은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아모레 퍼시픽의 경우, 주민들의 유해 물질 배출 가능성 지적, 환경오염 우려에 갈등이 점차 커졌다.

 

이에 아모레 퍼시픽 측에서는 “연구시설 일부이기 때문에 위험한 물질은 없고, 시약 등이 일부 사용되는 정도며, 오염 방지시설을 통해 문제없게 진행할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 해명에 주민들은 “다시 연구에 사용하게 될 물질 몇 가지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답변 없이 갈등만 깊어져 갔다.

 

주민들의 반발을 해결하지 못해 결국 연구소 건립은 물론 아모레 퍼시픽이 조성하려던 도시 첨단 산업단지 조성계획과 뷰티 산업 단지가 함께 줄줄이 무산되고 말았다.

 

또 네이버의 경우는 전자파와 냉각탑에서의 오염물질 배출 가능성의 문제 제기가 일부 주민들에 의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춘천 데이터 센터 조사 결과 센터 주변의 전자파가 오히려 일반 가정집보다 낮게 조사되었으며, 냉각수도 수돗물이 증발해 수증기가 발생하는 것으로 인근 대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혀졌다.

 

그러나 용인시청은 관련 문제를 네이버가 알아서 해결하길 기다리는 것으로 밝혀졌고, 어정쩡한 태도가 되려 네이버와 주민들의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용인시 관계자는 “데이터 센터 설립을 두고 주민들 의견이 엇갈려 네이버에 주민을 설득할 것을 검토의견으로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2017년의 용인시 태도와 크게 다르다. 당시 정찬민 전 용인시장은 네이버를 방문해 투자를 당부하는 등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용인시장이 바뀌자 네이버의 데이터 센터 투자는 엉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용인시 모습에 심지어는 이 두 기업의 유치가 전임 시장의 치적사업이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정치적 논리 의혹까지 제기될 정도였다.

 

네이버는 결국 용인시 데이터 센터 건립을 전면 백지화했다. 용인시는 뒤늦게 다른 지역을 제안하며, 다른 118곳 팀과 다시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세종시에 넘겨주게 되었다. 이렇듯 용인시는 적극적인 듯 태도를 취하다가도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지면 뒷짐을 지고 물러서 있는 모습에 많은 비난을 받았다.

 

떠난 열차를 어떻게든 다시 잡아보려는 용인시를 보면서 이 두 사례 모두 소통만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였기에 더욱더 아쉬움이 컸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건 각자의 입장만 있는 상황에서 중재와 설득으로 조율하는 중간 역할의 부재로 인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용인시의 이런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용인시의 개발은 각종 비리와 난개발을 제외하고 논할 수 없을 만큼 병들었고 신뢰를 잃었다.

 

또 최근 용인시장이 바뀌면서 화두로 떠오른 난개발 방지 정책을 고려한다면 기업과 주민들의 대치 상황 속에 용인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는 분명 많은 부담이 따랐을 것이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일까? 얼마 전,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방문하고 돌아온 백군기 용인 시장은 “이번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미국 서부지역 방문을 통해 세계 최고의 기업 환경과 세계 최고 기업들의 발전전략, 비전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글로벌 기업들이 서로 오려고 하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자족도시 플랫폼 시티를 만들 것”이라고 앞으로 용인시 개발의 방향을 명확하게 밝혔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백군기 용인시장이 당선되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개발의 방향이 잡힌 것이다. 방향이 잡혔으니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지금은 자생적 도시의 대명사가 된 실리콘 밸리는 90% 이상의 민간 주도에 의해 형성된 도시다. 이렇게만 들으면 오로지 기업과 주민이 스스로 개척한 것으로 보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도시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까지 주와 국가에서 다양하게 지원함은 물론 기업과 주민 사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소통에 큰 노력을 들였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원만히 해결해 나아갔다. 바로 이런 자립을 위한 기반 지원으로 인해 오늘날의 실리콘 밸리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반면, 용인시의 경우는 시민들로 구성된 '난개발 조사특별위원회'를 출범하여 시민의 역할은 커지고 용인시의 역할은 줄어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개발=난개발이라는 공식이 암묵적으로 형성되었고, 소통 중재의 존재는 온데 간 데 사라졌다.

 

그렇게 시민들의 강한 주장으로 인해 기업은 소통에 난항을 겪게 되었고, 난개발 조사특별위원회는 결과적으로 난개발과 개발 모두 선방(?)하고 1년간의 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이렇듯 개발은 이해관계에 얽힐 소지가 있는 시민이나 조직에 지자체가 일임하고 앞세울 분야가 절대 아니다. 이 현안은 애초에 시민의 소리를 충분히 들어주며 이해시키고, 건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또 기업의 입주는 가장 먼저 할 일이 주민들을 설득시키는 것이다. 지자체가 개발이나 환경보호냐의 경중을 놓고, 먼발치에서 이분법적 요인으로 바라볼 문제가 아니고 그럴 시간도 없다. 일단 당장이라도 용인시가 소통 창구 역할을 자처해 갈등 속으로 뛰어들어 소통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최종 결과가 무엇이든지 주민과 기업 모두 최대한 결과에 만족할 수 있도록 끝맺을 수 있다. 기존 용인시의 이런 잘못된 태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자족도시는 허상에 불과할 것이다. 현재 원삼 하이닉스 부지 일대가 주민들의 반대 현수막으로 얼마나 흉물스럽게 변했는지를 보면 또다시 뒤늦은 후회를 할까 마음이 급하다. 당장 하이닉스 문제부터 해결하면서 갖은 오명에서 벗어나 언행일치하는 용인시의 모습을 기대한다. 그 후에 플랫폼 시티가 유명무실하지 않고, 주민과 기업 모두 만족하는 건전한 개발로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염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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