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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큰별이 비추는 시선] 그시절 내가 꿈꾸던 도서관

 

 

[리버럴미디어=강한별 기자] 봄햇살 내리쬐는 날, 나무 그늘 아래 해먹 위…. 가리워진 새벽, 따뜻한 조명 아래 폭신한 1인용 소파…. 칸막이 안에 방해받지 않고 나만 있을 수 있는 작은 공간….

내가 꿈꾸던 책 읽고 싶은 장소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익숙한 도서관의 풍경은, 잠시만 앉아있어도 엉덩이가 아픈 의자, 눈이 시릴 듯 밝은 백색 조명, 딱딱하고 ‘공부’만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가 떠오른다.

해외의 해리포터가 연상되는 도서관이나, 자연 친화적인 도서관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나마 북카페를 찾아다니는 일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카페 특성 상 시끄러울 때가 많으며 항상 ‘돈’이 지출된다는 점에서 일상 속 독서와 친근해지기에는 쉽지 않다.

북카페가 성황하는 이유는 책 읽기에 마땅한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많지만, 책 읽기 위해 가고 싶은 도서관은 없다. 대부분 한국의 도서관들은 사실, ‘책 읽는 곳’이라기보다 ‘공부하는 곳’에 가깝다.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도 편안하게 발을 들일 수 없는 편안한 카페같은 공공도서관이 없다.

그렇다면 2018년의 도서관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누구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지난 14일 개관했다는 수원시 광교에 위치한 ‘광교푸른숲도서관’에 다녀왔다.

‘경계’가 없는 자연친화적인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탄성이 나왔다. 복도와 열람실의 구분 없이 계단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게 했고, 열람실 내 책꽂이 뒤편에도 의자가 있다. 이곳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곳’과 ‘읽을 수 없는 곳’의 경계가 없다. 그야말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다.
 

 


‘광교푸른숲’도서관은 그 이름에 걸맞게 ‘매우 자연친화적’이다. 도서관 옥상 전망공간에서 수원의 명소로 유명한 ‘광교호수공원’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열람실부터 휴게실까지 전부 ‘통유리’로 돼있고 유리 밖으로는 푸른 나무와 흙을 볼 수 있다. 딱딱해질 수 있는 실내 복도 책꽂이에는 곳곳에 푸른 화분을 설치했다.
 

 


‘자연 치유’가 특화 주제라는 푸른숲도서관은 외관 뿐만 아니라 친환경 자재를 사용해 내부 공사를 했고, 벽면에는 자작나무를 둘렀다. 또한 외관 안내대 뒤 벽면에는 습도조절, 공기정화 효과가 있는 ‘이끼 패널’을 설치했다고 한다.
 


카페야, 도서관이야? ‘통유리’와 ‘소파’의 향연


과거 딱딱한 의자와 시멘트 벽면의 도서관은 이제 없다. 푸른숲도서관은 ‘공부하는 곳’이 아닌 ‘책 읽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신경썼다. 정서가 편안해지는 색상의 푹신한 ‘소파’와 날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통유리’의 향연은 마치 이곳이 도서관인지 카페인지 헷갈리게 한다.
 


뿐만 아니라 야외테라스에는 인공잔디 위에 흔들 의자와 썬베드를 설치했다. 날씨 좋은 날 이 썬베드에 누워 책을 읽는다면 휴양지에 와있는 기분이겠다.
 


열람실 내 조명도 섬세하다. 밝은 백색 조명은 사실 오랫동안 책을 보기에 눈이 편하지 않다. 책을 읽기에 좋은 환경이라면 ‘직접조명’과 ‘간접조명’이 필요한데, 밝고 환한 전체 조명이 있고, 약간 따뜻한 조명이 직접적으로 있으면 좋다.

또한 조명 갓이 눈높이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책상 가운데로부터 수직으로 달려있어 그림자가 지지도 않는다. 푸른숲도서관은 정말 ‘책 읽기 편하라고’ 만든 공간이다.

 


열람실 벽면으로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 설치돼있다. 2~4인용 공간, 2인용 공간, 1인용 공간도 있다. 칸마다 이 시대 필수인 전기 코드도 설치돼있어 인기가 많다.
 


공공도서관이 필요한 이유


책보다 짧은 글이 선호되는, 정신적으로마저 패스트푸드가 섭취되는 시대이다. 연평균 독서량이 10권도 안 된다고는 하지만 정작 북카페나 책을 읽을 수 있는 멋들어진 공간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광교푸른숲도서관은 지식을 쌓고 마음을 살찌우는 공간이자 책이 만나는 공간”이라며 “누구든 찾아와 책을 읽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실제로 염 시장의 민선 5~6기 동안 수원시립 공공도서관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누군가는 먹고살기도 바쁜데 도서관이 왠말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마저 패스트푸드를 섭취하는 시대에,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책을 접하고 펼쳐들 수 있는 공간이 점점 많아진다면 이보다 더 탁월한 투자가 어디있겠는가. 누구나 무료로 깨끗하고 자연친화적인 공간에서 정보를 얻고 책을 읽을 수 있다면, ‘공공도서관’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단단한 기둥이 될 것이다.

기사·사진 | 강한별 기자 lelia0904@libera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