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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큰별이 비추는 시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맥덕의 소원은...

 

[리버럴미디어=강한별 기자] 지난 27일, 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도보다리 벤치에서 이뤄진 둘만의 대화, 옥류관 평양냉면, “평양,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 등 수많은 이슈를 남겼다.

이 가운데, “대동강 맥주 편의점 4캔 만원!”을 열렬히 외치는 일부 트윗이 눈길을 끌었다. 맥덕(맥주덕후)이자 애주가인 필자는 지난날 펍이나 카페에서 마셔본 ‘대동강 페일 에일’의 맛을 떠올리며, 이들의 목소리에 공감했다. (물론 북한에서 생산하는 대동강 맥주와는 다른 맥주이다.)

 


애주가들뿐만 아니라 맥주를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도 ‘국산맥주는 맛이 없다’는 이미 정설이다. 한국의 크래프트 맥주 회사 ‘더 부스’를 차릴 정도로 맥주 덕후로 유명한 기자 ‘다니엘 튜더’는 2012년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는 한국 맥주(Fiery Food, Boring Beer 이코노미스트 2012. 11. 24자)’라는 기사를 써서 화제가 됐었다.

북한은 2000년, 180년 전통의 영국 어셔 양조 회사에서 양조장 설비를 인수하고, 독일의 건조실 설비를 도입해 2002년부터 ‘대동강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맥아 100%의 1번부터 흑맥주인 7번까지 모두 일곱 가지 종류이다. 평양에서 대동강맥주를 맛본 일부 전문가들은 대부분 ‘훌륭한 맥주’라고 평한다.

 


한국 맥주가 맛없는 이유


사실 한국의 맥주 만드는 기술은 거의 연금술에 가깝다. 높은 주세가 그 이유인데, 우리나라 맥주의 세율은 위스키 같은 증류주와 똑같이 72%나 된다. 막걸리의 세율이 5%인데 비하면 얼마나 높은 세율인지 알 수 있다.

과거 맥주는 서양에서 물 건너 들여온 ‘사치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높은 주세를 매겼다. 1966년 박정희 정부는 맥주의 세금을 무려 ‘100%’ 인상했다. 때문에 당시 맥주는 전체 술 출고량의 5.9%에 불과했지만 전체 주세는 38%나 차지했다. (박정희 정부는 1965년 ‘양곡관리법’을 시행하면서 기존의 증류식 소주를 모두 금지시키기도 했다. 희석주인 현재의 소주와 다르게 한국의 전통소주는 맛이 좋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맥주에 종량세가 아닌 ‘종가세’를 적용한다.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부여하는 방식이고, 종가세는 술의 가격에 따라 세금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원가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좋은 재료를 써서 맛 좋은 맥주를 만들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하는 셈이다. 종가세를 적용하는 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멕시코, 터키, 칠레, 이스라엘, 한국 5개국뿐이다.

이같은 한국의 주세제도는 ‘원가 최소화’에 집중하게 만들고 따라서 한국의 맥주는 맛이 좋아지기 힘들다. 수제맥주 열풍이 불면서 개성 있고 맛있는 맥주들이 많아졌지만, 한잔에 만 원을 웃도는 가격이다.

통장잔고와 맛좋은 맥주에 대한 열망 사이에서 갈등하던 ‘맥덕’들에게 ‘편의점 수입맥주 4캔 만 원’은 단비와도 같았다. ‘맥덕’들의 소원은 ‘맛있는 맥주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마시는 것’이다.

 


수제맥주, 비싸다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이야!


평균 연령 34세라는 젊은 도시답게 경기 오산시에서는 전통시장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오색시장에 맥주 공방 ‘이구공’을 운영한다. 이곳에서 오색시장 상인들이 시민들에게 맥주 만드는 법도 교육하고, 오색시장만의 독특한 맥주 레시피도 개발한다. ‘이구공’에서 개발된 오색시장의 수제맥주 ‘까마귀’와 ‘오로라’는 인기가 좋다.

날씨가 따뜻해지자 오산시는 지난 4월 6일부터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색시장 야시장’을 열고, 수제맥주 할인 행사도 시작했다. 오색시장 야시장은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열리는데, 7시부터 8시까지 시장에 파는 음식을 5,000원 이상 구매하면 맛좋은 ‘까마귀’와 ‘오로라’를 단돈 2천 원에 마실 수 있다.

퇴근길 집근처 시장에 들러 장도 보고, 다양한 안주와 맛좋은 수제맥주를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는 오산시민들이 부럽다. 맛있는 음식과 수제맥주를 사랑하는 필자는, 힘이 닿는 한 매주 금요일 오색시장으로 퇴근할까 한다. 맥덕들이여, 오색시장으로 가라!

 

| 강한별 기자 lelia0904@libera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