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럴미디어=공소리 기자] 우리는 흔히 혼자 있는 상태를 모두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홀로 있음’에는 분명히 다른 두 얼굴이 있다. 하나는 외로움이고, 다른 하나는 고독이다.
외로움은 원하지 않았지만 혼자가 된 상태라면, 고독은 스스로 선택한 홀로 있음이다. 이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고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타인의 시선과 반응에 끌려다니지 않고, 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적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AI시대는 우리를 끊임없이 연결한다. SNS 알림은 멈추지 않고, 알고리즘은 우리의 관심을 붙잡아 두며, 외로운 순간마다 누군가의 반응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연결의 밀도만큼 마음의 충만함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좋아요 숫자가 나의 존재 가치를 보증해 주지 않고, 화려한 피드가 삶의 안정감을 대신해 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연결이 아니라, 건강한 고독의 회복일지도 모른다.
고독은 불완전한 자신과 만나는 시간
건강한 고독은 단순히 혼자 있는 시간이 아니다. 그 시간은 상처받은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고, 초라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간이다.
우리는 평소 바쁘게 살아가며 자신의 상처를 외면한다. 인정받지 못한 기억, 실패한 경험, 부족하다고 느끼는 모습들을 덮어두고 살아간다. 하지만 조용히 혼자 있는 순간에는 그 감정들이 다시 떠오른다.
그때 중요한 것은 자신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나는 존재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다”라고 바라보는 태도다.
고독은 완벽한 사람이 되는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불완전한 자신을 견디고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명에 대한 존중감이 싹튼다. 생명 존중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고독을 아는 사람은 타인의 아픔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고독은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꾼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을 들여다본 사람은 타인의 아픔 역시 쉽게 재단하지 않는다. SNS 속 화려함만 보지 않는다. 그 뒤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쓸쓸함과 위태로움도 함께 본다.
웃고 있는 사진 뒤에도 외로움이 있을 수 있고, 많은 팔로워를 가진 사람도 깊은 불안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공감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깊이 조우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시선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차릴 때 공동체는 달라진다. 경쟁과 비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기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웃고 있는 친구가 사실은 버티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강해 보이는 사람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서로의 고독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모일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따듯해진다.
건강한 고독을 경험한 사람은 다르다
-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이 함께 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울 때 누군가에게서 답을 찾으려 한다. SNS 속 인정과 관심을 구하고, 관계 속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려 한다. 하지만 결핍을 채우기 위한 관계는 쉽게 흔들린다. 상대의 반응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고, 기대가 무너지면 상처 역시 깊어진다.
반면 건강한 고독을 경험한 사람은 다르다. 고독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고, 부족함과 연약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은 더 이상 타인에게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자신을 존중할 줄 알며, 그 존중은 자연스럽게 타인을 향한다.
그래서 고독을 통해 내면이 충만해진 사람은 자신도 타인도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본다. 상대를 소유하거나 의존의 대상이 아닌 ‘건강한 거리감’을 두고 진짜 관계를 맺는다. 진정한 관계는 결핍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충만함에서 시작된다.
혼자 설 수 있는 사람이 비로소 함께 설 수 있는 법이다.
AI시대 청소년들과 우리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화면 속 연결의 기술보다 외로움이 찾아왔을 때 잠시 멈춰서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고독의 기술’이다.
자살 예방 연구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관계와 정서적 지지는 강력한 보호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 관계는 타인에게 나를 모두 맡기는 관계가 아니라, 스스로 설 수 있는 사람들이 서로 기대는 관계일 때 더욱 건강하다.
스스로 건강해야 함께도 건강하다. 홀로 있음을 여유로 느끼는 것, 필요한 순간임을 깨닫는 것이 건강한 고독이며, 그 고독이 나아가 함께하는 건강한 관계의 도약이다.
한편 칼럼 관련 카드뉴스는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p/DZ9F6O3mQrd/?igsh=NXBlaG1idWxmZHdi) 혹은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홈페이지(https://l.muz.kr/bm4Z)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이번 기획 칼럼은 총 10편으로 이어지며,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비롯한 8개 시·군 센터(광주·부천·안산·오산·용인·의왕·평택·파주)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위 기관들은 ‘청소년의 생명존중 문화확산 및 위기대응체계 구축사업’을 공동 시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