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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획 칼럼3] 내 마음의 로그기록, 마음의 버그

‘청소년의 생명존중 문화확산 및 위기대응체계 구축사업’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시·군 센터(광주·부천·안산·오산·용인·의왕·평택·파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

 

[리버럴미디어=공소리 기자] 자신이 무엇을 위해 노래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수백만 명과 연결되어 있었지만 정작 삶의 의미와는 연결되지 못한 것이다.

 

그때 그를 일으킨 것은 새로운 기술이나 외부의 낯선 것이 아니었다. 오빠 이찬혁의 끈질긴 관심,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선배들, 그리고 기다려 준 사람들의 존재였다.

 

그렇다면 왜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는 것처럼 보일까.

 

사실 대개 마음은 갑자기 고장 나지 않는다.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키기 전 오랫동안 로그기록이 쌓이듯, 우리 마음에도 자신만의 로그기록이 존재한다.

 

내 마음의 로그기록

 

로그기록이란, 원래 컴퓨터가 남기는 활동 기록이다. 누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 어떤 오류가 발생했는지 기록하는 일종의 데이터베이스로 컴퓨터의 일기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 마음에도 자신만의 로그기록이 쌓인다. 어린 시절의 경험, 관계 속에서 받은 상처, 칭찬과 인정의 기억, 실패와 좌절, 반복적으로 들었던 말들까지 모두 마음의 로그기록으로 저장된다.

 

때때로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 잘해야 한다’, ‘실수하면 안 된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 등 이러한 신념도 로그에 저장된 데이터이다.

 

내가 과거에 겪었던 일들, 그때 느꼈던 감정(기쁨, 슬픔, 상처, 분노), 그리고 무의식중에 생긴 생각의 패턴들이 차곡차곡 기록된 ‘마음의 역사’를 뜻하는 것.

 

이따금 ‘내가 왜 이런 성격이 되었는지, 왜 특정 상황에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 바로 그 원인이 적혀 있는 내면의 기억 데이터가 마음의 로그기록이다.

 

마음의 버그

 

마음의 버그는, “나도 모르게 오작동하는 감정, 상처, 또는 트라우마”를 뜻한다. 프로그램에 ‘버그(Bug)’가 생기면 화면이 멈추거나 엉뚱한 오류가 나듯, 우리 마음에도 버그가 발생한다.

 

문제는 로그기록 속 상처가 충분히 처리되지 못할 때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버그가 생기면 특정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오류가 발생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특정 상황에서 이유 없이 불안, 작은 비판에도 과도한 상처, 실패에 대한 극단적 공포, 번아웃 등이 ‘마음의 버그’이다.

 

비단, 이성적으로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특정 상황만 마주하면 과도하게 불안해지거나, 화가 나거나, 자존감이 뚝 떨어지는 등의 ‘심리적 오작동’을 의미한다.

 

과거의 상처나 콤플렉스, 잘못 형성된 습관 등이 현재의 내 삶을 방해하고 괴롭힐 때 이를 ‘마음의 버그’라고 부른다.

 

겉으로는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오랫동안 누적된 압박감과 피로가 마음의 버그로 작동할 수 있다.

 

이러한 비유 표현을 쓰면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이 비유는 ‘내 마음이 왜 자꾸 고장 난 것처럼 힘들까? 내 마음의 로그기록(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차분히 들여다보면서, 어디서 버그(오류와 상처)가 생겼는지 찾아내고 고치고 싶다’는 뜻을 담고 있다.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그기록을 분석(*디버깅)하는 것처럼,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스스로 치유하고 이해하려는 성찰의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디버깅(Debugging): 버그를 제거하는 작업

 

 

청소년기 우울증 의학적 근거

 

의학적으로도 만성 스트레스는 뇌에 영향을 준다.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면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반복적으로 분비되고,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amygdala)는 과민해질 수 있다.

 

반면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는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어 있다. 이 때문에 사소한 자극에도 불안이나 우울, 무기력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청소년기에 우울증상은 자주 나타나는 정신건강 문제일 뿐 아니라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사회화 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대한신경정신의학회, 1998).

 

또한, 우울증은 청소년기에 매우 극적으로 증가해 아동기에 비해 우울증이 두 배나 많아진다(McGee, Feehan, Williams, & Anderson, 1992). 또한 청소년기 중기에서 후기에 우울증상이 빠르게 증가하고 이는 이 시기가 우울증에 대한 취약성을 증가시키는 매우 결정적인 시기임을 추론할 수 있다(Hankin, Abramson, &Siler, 2001).

 

스스로 디버깅하기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이 고장 났을 때 로그기록을 분석하며 디버깅을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내 안에 어떤 기록이 쌓여 있는지, 어떤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았는지, 어떤 버그가 반복해서 나를 힘들게 하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쩌면 현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더 많은 정보를 얻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으로 그 기록을 읽고 스스로 이해하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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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리 기자

리버럴미디어를 창간하고 대표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힘으로 취재 활동하겠습니다. 온 세상이 흰 눈에 쌓여 가려져도 소나무의 푸른 본질처럼 진실을 잃지 않는 기사로 독야청청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