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버럴미디어=임대영 칼럼니스트] 학교폭력 행정사로서 수년간 학폭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그리고 그 보호자를 만났다. 그리고 수많은 상담 사례와 학교와 교육지원청의 처리 사례를 보면서 피·가해학생을 분리하는 현행 제도의 분명한 한계점은 개선 방안의 필요성을 대두하게 한다.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피해학생은 가해학생에 대한 합당한 처벌과 함께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가해학생과 더 이상 마주치지 않을 수 있는 분리 조치이다.
그런데 현재 제도에서 가해학생의 분리, 즉 전급·전학은 정해진 절차와 심의 결과에 따라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피해·가해학생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분리 조치는 가해학생에게 내려지는 처벌인 동시에 피해학생 보호에 대한 직관적이고 가장 적합한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기간은 7일 이내이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의 심의로 가해학생을 영구적으로 분리하려면 7호 학급교체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 대한 계도 목적을 위한 행정적인 조치는 1호 서면사과부터 9가지 종류의 징계 조치가 있다.
학교장은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를 교내 전담기구 심의를 거쳐 임시 선조치할 수 있다. 하지만 학폭위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는 제한과 아직 학폭위 심의를 통해 정식 조치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높은 처분에 해당하는 출석정지나 학급교체를 학교가 먼저 조치하기에는 담당 교사 입장에서는 많은 부담이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학교폭력예방법과 학폭위의 조치가 실질적인 피해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먼저 학폭위의 현실적 어려움 즉 사실관계 파악의 한계점이 있다. 학폭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더라도 사실관계 파악과 증거확보의 어려움이 많다. 그런데 더욱이 수사권도 없는 행정적 징계 절차를 담당하는 학폭위는 당사자 학생과 목격 학생의 진술에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피해학생에게 모든 입증책임이 주어지고, 그 입증책임의 한계로 가해학생에 대한 합당한 처분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교내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가 도입됐지만, 당사자 학생의 진술에 의존한다는 점에서는 예전과 큰 변함이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입증책임의 한계점이 있다는 이유로 피해학생의 진술만으로 가해학생을 처벌한다는 것 역시 불합리하다는 또 다른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현재 학폭위는 현실적으로 최선의 합리적 방법으로 운영되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왕따 학폭의 함정
특히 따돌림 학폭 형태에서 더욱 한계가 닿는다. 가해학생이 교묘하고 은밀하게 피해학생을 정신적으로 고립하는 방식으로 하는 경우, 신체적·직접적 폭언이 수반하지 않으면서 따돌리는 방식은 결국 학급교체, 전학, 퇴학 조치가 내려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한 실정이다.
또 다른 피해는 주관적이라는 점
피해학생이 느끼는 실제 피해의 ‘정도’는 당사자의 주관적 감정이라는 점이다. 학폭위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보면, 피해학생의 진술만으로 가해학생의 처벌을 정하는 것은 명백하게 불합리하다.
그러나 객관성이라는 이유로 법률과 제도가 정한 등급만큼만 피해학생이 보호받을 수 있고, 그 외에는 학생이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물론 학폭위 심의는 객관적이어야만 하며, 가해학생은 실제 행위보다 가혹한 처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학교생활은 미성년인 어린이·청소년이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싫어하는 갈등과 대상과도 함께하며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그러나 심리적 충격을 극복하는 탄력성은 모두 다르기에 피해학생에게는 당장 내일 다시 등교해야 한다는 사실이 숨 막히는 고통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가해학생이 학폭위에서 분리가 되는 처분이 아닌 3호 봉사활동 조치를 받았다고 해서 피해학생이 학폭 피해에 대해 3호만큼만 고통받는 게 아니지 않는가.
또 처분에 따르면 피해학생이 가해학생과의 갈등을 해소하며 극복해야 한다는 선택을 만나게 되는데, 이를 피해학생에게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피해학생이 본인과 보호자의 의사에 따라 분리는 방법이 제도적으로 마련될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여기서 학폭의 피해자가 학교나 학급을 옮겨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의견과 가해자가 아닌 피해학생이 이동하는 방식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피해학생의 이동은 학폭위의 강제성이 있는 조치로 분리하는 게 아니며, 피해학생의 의사에 따라 유연한 조치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학교폭력 관련 상담을 하다보면 현실적으로 가해학생에게 전학 처분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현실과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본인들의 의사에 따라 자발적으로 학급교체나 전학을 원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현재 학교폭력예방법의 피해학생 보호조치에도 학급교체 조치는 가능하고, 학교폭력 가이드북에 따르면 피해학생이 전학을 가게 되는 경우 피해학생의 동의를 얻어 전학 학교에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해학생의 희망에 따른 학급교체나 전학의 행정방식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이 없으며, 특히 전학의 경우 학교폭력 예방법에서 피해학생 보호조치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전학을 위해 직접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마저도 거주지가 바뀌지 않는 한 전학이 쉽지 않다.
정리하자면, ‘피해학생의 실질적 보호를 위해서 피해자가 이동하는 것은 부당하다’라는 단편적인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를 존중해 적극적인 분리가 가능하도록 유연한 행정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피해학생의 의사에 따라 가해학생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자신을 분리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한다.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학생이 기존 학급에 남아 불가피하게 가해학생과의 갈등 회복과 피해극복이 강요되는 상황이 되지않도록 실질적으로 피해학생 보호의 선택에 융통성이 부여되는 제도의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