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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뇌가 섹시한 소리] 신랄하게 느껴지는 ‘성 의식 수준’

 

[리버럴미디어=공소리 기자] #미투 운동으로 우리의 성 의식 수준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여성 신장은 일자리, 임금 등 경제적인 부분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궁극적으로 신장하여야 하는 주제는 ‘성적 관념’과 ‘성 의식 수준’이다.

‘세계 여성의 날’이 있는 까닭은 아직 여성 신장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고, 심각한 여성 인권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날만큼이라도 여성 인권과 성차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함께 외치자는 거 아니겠는가. 진정한 성 평등 사회가 이루어질 때 여성의 날이라는 기념도 없어질 것이다.

미투라는 것을 밝히는 여성을 제외하면, 여성 대중이 미투에 대해 강하게 말하고 있지 않은 분위기다. 오히려 미투 운동에 대해 거론하고 공개된 성폭력 사건에 대해 비판적인 SNS와 댓글은 남성 대중이 더 뜨겁다고 느껴진다. 이는 주체와 객체의 차이점이라고 해석된다. 미투 당사자는 적극적이거나 아예 입을 다문다. 그러나 객체의 경우 비판하거나 분노를 표현하기 쉽다.

 


‘여성의 날’, 그리고 #미투

홍숙선 성 상담 전문가(대한성학회 이사, 이하 홍 선생)는 미투에 대해 “미세한 떨림으로 미투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매우 반갑다”며 또한 “현재 사회 구조에서 성폭력 피해자라고 이야기하면 불리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미투라고 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용기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아직 먼 부분도 있다. 다음 세대에나 기대할 수 있는 문제들도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성폭력 문제, 어디부터 건드려야 할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미투 운동이나 거대한 사건을 통해서만 그나마 주목하고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다는 현실이 암담한 것이다.

‘성 의식’과 ‘성적 관념’

세상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변하고 성에 대해 여러 가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지만, 우리의 성 의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홍 선생은 우리나라 성 의식과 성적 관념에 대해 “가해자의 경우 ‘그런 행동이 왜 여자(상대방)에게 불쾌함을 주는 문제인 거냐? 왜 내 행동이 성폭력이 되는 거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남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언행이고,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의 가치관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비판의식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극단적이고 잔혹한 강간의 경우는 대개 성폭행이라고 의식한다. 그러나 성추행, 성희롱 등은 나쁘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이 불쾌한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못 하는 경우”라며 “그런 의식이 없기 때문에 가해자가 성폭력 사실을 부정하는 것 같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한 “여성이 여성 피해자를 더 비난하는 경우가 있는데 매우 안타깝다. 우리는 그런 다양한 의식 문제에 대해 ‘왜 그런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선생은 문제점으로 머릿속에 성폭력에 대한 ‘의식이 안 돼 있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남자 가해자 측을 만나보면 부모가 진심으로 사죄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며 피해자의 성격적 결함을 찾아내어 성폭력의 원인을 돌린다. 그런 모습을 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변한 게 없다는 것.

그렇다면 대안은?

홍 선생은 “여성을 대상화·상품화하는 뿌리 깊은 인식이 문제이다. 근본적으로 여자를 인격의 존재로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하지 않아서 생기는 거다. 기본적인 거지만, 상대방을 존중한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우리는 ‘왜 나와 같이 생긴 여성 혹은 남성을 자신처럼 가치 있는 존재라고 인식하지 못하는가’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 과거에 노예 해방, 여성 참정권 등 상대를 인격적으로 동등하다고 존중하는 행위는 다양하게 이륙해왔는데, 현재 사회는 더욱 각박하게 느껴진다.

어두운 그늘 속에서 여성을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지 않고, 여성 신장시대라는 무늬 이면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끔찍한 성 의식과 행태가 자행되고 있었다. 처참히 인격을 짓밟힌 수많은 “Me”들은 인권을 외치는 거다. #미투 운동은 정말 심각한 사회 운동이다.

옛날부터 허용되던 모호하고 이상한 선을 넘는 것. 그리고 누군가보다 더 우위의 존재라고 느끼는 것. #미투 운동은 성폭력에 대한 내용을 넘어 인권 말살 폭력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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